“이 책은 단순히 재판과 관련한 법적·정치적 해명이나 변명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윤미향 의원이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할머니들과의 약속’이다. 온갖 시련과 모욕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재판에 집중했던 것은 자칫 지난 30여 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폄훼되고, 통일운동·민주화운동으로 의식을 확장해 온 할머니들의 명예가 훼손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미향은 참 멍청하다. 그렇게 청렴결백하게 이어온 삶을 그런 자들에게 난도질당하면서 지금도 사람을 믿고 희망과 정의를 외치며 자기가 무너지면 잃어버릴 무언가를 위해 오늘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키운 것은 사랑이라고 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으시면 그 뜻을 알게 될 것이다.” (양징자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일본) 공동대표)
![]() ▲ 출간일 2023년 10월 25일│쪽수 372쪽│판형 145*200 | 값 18,500원ISBN 978-89-7746-880-1 (03300)│분야 정치/사회 > 정치/외교, 사회문제 |
3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윤미향 사건’의 주인공. 온갖 모욕과 비난을 견디며 묵묵히 재판에 임해온 윤미향 의원(제21대 비례대표·무소속)이 30년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해온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20대에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투신한 저자는 줄곧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벗으로 살아왔다. ‘운동’은 곧 ‘투쟁’이기도 했으니 서로 끈끈한 전우였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한 번씩 집단 광풍이 몰아친다. 의혹이 제기되면 언론의 대대적 보도와 시민단체의 고발, 검찰 수사가 일사불란하게 전개된다. 검찰은 혐의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가족의 신상정보가 털리는 가운데 유튜버들의 인신공격이 뒤따른다.
당사자는 조리돌림을 당하고 끝내 ‘공공의 적’이 되어 매장당한다. 한동안 금기어가 되다시피 했던 이름, 윤미향. 검·언은 치밀한 협공으로 ‘위안부 할머니를 등쳐먹은 나쁜 ×’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잔인한 마녀사냥을 기획한 자는 누구일까.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태클을 걸려는 친일 세력과 일본 우익의 준동이라 보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다. 일차적으로는 윤미향 개인에 대한 인격 살인이며, 더 본질적으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대한 와해 공작이다. 저자는 그 근거를 자세히 밝혀놓았다.
2023년 9월 20일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책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은 2023년 2월 10일 1심 판결 당시의 심정을 바탕으로 쓰였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청춘을 바친 대가로 파렴치범의 낙인이 찍힌 저자가 피눈물로 써 내려간 투쟁과 치유의 기록이다. 아울러 굳건한 지지와 신뢰를 보내준 이들에게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눌러쓴” 감사의 편지이기도 하다. 저자의 편지에 이제 독자들이 화답할 차례다.
☐ 본문 일부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면 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있음을 확인한다. 뉴스만 보고 욕했다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시민들, 버텨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지나가다 일부러 달려와서 “응원합니다!” 하고 가는 시민들도 만난다. 지역 강연회에 나를 초청해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살아온 지난 30년을 다시 조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강연 후에는 “왜 그렇게 공격받았는지 알 것 같다”라며 뜨거운 평가를 해주기도 한다. 참 고마운 일, 덕분에 바위처럼 굳건하게 견뎌낼 수 있었고, 내 얼굴에 자주 피던 미소를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사람이 희망이었다.
[제1장 ‘무죄, 무죄, 무죄…’로 끝난 마녀사냥] 중에서. 101~102p.
도대체 그들은 내가, 아니 우리가, 어딜 가는지, 언제 가는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그 궁금증은 2021년 6월 1일 방영된 MBC ‘PD수첩’ [국정원과 하얀 방 고문-공작관들의 고백] 덕분에 풀렸다. 전직 국정원 직원의 ‘양심고백’ 내용 가운데 ‘의문 속의 그들’에 대한 적나라한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정원은 오랫동안 일본 극우단체들을 지원해 왔다고 한다. 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관여한 것은 물론 일본 자민당 정권의 극우 정책을 뒷받침하는 극우단체 국가기본문제연구소까지 지원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밝혀졌다. 아울러 국정원 출신 인사들이 일본 내 혐한 여론을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 한국 시민단체의 정보를 일본 공안기관에 제공했다고 하니, 내가 당했던 그 많은 일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제2장 올가미] 중에서. 130p.
그런데 할머니는 술을 한 잔 더 따르면서 무심한 어투로 “녹음하려면 해도 돼” 그러시는 게 아닌가. 첫 만남부터 녹음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할머니가 먼저 허락을 해주셨으니 서둘러 녹음기를 꺼내 들고 할머니의 얘기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첫날, 첫 만남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그렇게 생생하게 말씀하시는 분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지난 일들을 그토록 세세하게 기억하고 계실까 놀라웠다. 차마 맨정신으로는 듣기 힘든 이야기들이었다. 할머니는 힘들면 중간중간 담배 연기를 쭈욱 빨아들이고 뱉어내면서 끝까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제3장 할머니들과 함께한 30년] 중에서. 196p.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된 수원. 첫 기억은 별로 아름답지 못했지만 그건 ‘수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였다. 게다가 나는 그 시절의 기억 덕분에 아주 중요한 삶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사회 민중의 삶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먼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청소년 시기에 내가 보고 느끼고 살았던 내 부모님의 노동, 우리 가족의 삶, 나와 내 동생들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생활은 내 삶의 좋은 교과서였다. 그래서 오늘의 내 머리, 내 심장의 대부분을 형성해준 어린 시절 농촌의 경험과 중3 이후 도시에서의 삶이 참 고맙다.
[제4장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사랑] 중에서. 298~2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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