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기 칼럼] "沐猴而冠(목후이관)들이 활개치는 세상 용서 안 돼"
심종기 칼럼니스트   |   2023-11-19

▲ 심종기 칼럼니스트     ©

[신문고뉴스] 심종기 칼럼니스트 = 옛날, 어느 선비가 봇짐을 하나 둘러메고 산천 유람 길을 나섰습니다. 

 

길을 걷다가 힘이들면 주막에 들러 다리품을 쉬기도 하면서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백성들의 삶을 기록으로 생생하게 남겼습니다.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지나게 되면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짓기도 하면서 팔도유람을 하였습니다. 

 

선비가 어느 고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희한한 모습을 보고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고을 백성들이 하나같이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원숭의 몸짓과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었습니다.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 이 고을 백성들은 왜 다들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낼까?’ 

 

선비는 그 고을에서 한 밤을 유하기로 합니다. 다음 날 선비는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습니다.  조용하던 시장이 갑자기 소란해 지면서 여기저기서 원숭이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관아의 포졸들이 들이닥치면서 시장상인들에게 눈을 부라렸습니다. 

선비는 점점 이 상황이 궁금해졌습니다. 관아의 포졸들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간 다음에 선비는 시장상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시장상인들은 외지인인 선비에게 쭈뼛쭈뼛 거리면서 말문을 닫았습니다. 

 

선비는 하는 수 없이 주막을 찾았습니다. 탁주 한사발에 국밥을 시켜놓고 주모에게 물었습니다.

 

“주모! 이 고을에는 참 희한한 일이 있소, 왜 백성들이 하나 같이 관아의 포졸을 보면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오?”

 

백성들이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이 고을 현령은 포악하기가 이를 데 없고 백성의 재물을 탐하는데 있어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위인이며, 현령의 아들들은 하나 같이 호색한(好色漢)에 개차반이라고 합니다. 고을의 아리따운 처녀들을 보는 족족 겁탈하는 개망나니라 합니다. 

 

현령은 백성들의 재물을 자기 마음대로 사사로이 처분하고 고을의 정사는 돌보지 않고 주지육림에 빠져 산다고 합니다. 현령이 하는 일이라곤 한성의 고관대작에게 뇌물을 바치고, 아리따운 여인을 상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조정에 여러 번 상소를 올렸으나 조정의 고관대작들이 상소를 중간에 가로채어 원님에게 귀 뜸을 해주는 바람에 상소를 올린 백성은 치도곤(治道棍)을 당해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현령이 포악하니 관아의 포졸들은 더 사악하고 교활하고 흉악무도하여 고을의 백성들은 한 날 한 시도 편안 날이 없다고 합니다.

 

고을의 백성 하나가 현령과 현령의 아들 그리고 포졸들이 보이면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고을 백성들에게 이심전심으로 전해서  위기가 닥치면 원숭이 울음소리로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고을의 백성들은 현령을 부를 때 원숭이가 관을 썼다고 한답니다. 

 

"의관은 갖추었으나 마음이나 행동이 사람답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인간인데 인간이기를 포기한 목민관들을 일컬어 沐猴而冠(목후이관)이라고 합니다. 

 

"원숭이가 갓을 쓰고 인간을 호령하는 모습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시대의 목민관(牧民官)들도 목후이관에 가까운 인사들이 많아 보입니다.  봄바람과 가을바람 처럼 상큼하고 시원한 인재는 없어 보이고,  하나같이 습도가 높고, 불쾌지수가 높은 위인들 뿐입니다.

 

세상에는 건강하고, 싱싱한 과일도 많고, 싱싱하고, 팔딱팔딱 춤추는 생선도 많은데 무슨 선구안을 가졌길래  썩은과일과 썩은 생선만 골라다가 국민밥상에 올려놓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沐猴而冠(목후이관)들이 활개치는 세상을 국민들은 절대 용서해서는 안됩니다. 최소한 악화가 양화로 둔갑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목후이관들을 절대 용서해서는 안됩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沐猴而冠(목후이관)들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호시우행(虎視牛行)합시다.

댓글

i

댓글 수정 및 삭제는 PC버전에서만 가능합니다.

많이 본 뉴스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신문고.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