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성추행 피해자 비난은 잘못된 문화

[깡문칼럼]여성 비하-성적 노리개 생각,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모독

가 -가 +

이강문 영남본부장
기사입력 2018/02/05 [03:03]

▲양파방송.양파뉴스 이강문 총괄사장.     ©이강문 영남본부장

세상에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문제의 원인을 가해자에서 찾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는 시선이다.

 

피해자는 말 그대로 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인데, 문제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다니 말이 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피해자에게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는 고약한 태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를 보자. 법조인 10명 중 4명은 성폭력이나 성추행은 남자들의 ‘억제할 수 없는 충동’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성폭력상담소가 몇 해 전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판사, 검사, 변호사 등 351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및 성별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8.7%가 ‘성폭력은 남자들의 억제할 수 없는 성충동 때문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또한 ‘여자들의 야한 옷차림이 성폭력의 원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0.5%’, ‘강간은 소수의 비정상인들이 저지르는 것이다. 라고 응답한 사람이 27.6%로 나타났다. 여자들이 야한 옷차림이 성 폭력의 원인이라고 하면 소녀, 할머니, 장애인 등에 대한 성폭력은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수영장은 무수한 성추행, 성폭력의 도가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경우에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는 사이에서 발생한다. 이는 성폭력이 성충동에 따른 우발적인 범죄라기보다는 사전에 준비된 계획적인 범죄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성폭력의 원인을 성충동으로 설정하게 되면 여러 문제를 낳게 만든다. 우선 가해자의 처벌이 어려워진다. 충동을 본능의 영역으로 본다면 그만큼 개인이 책임질 부분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타고난 본능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본능을 억제한다는 명목 하에 인위적으로 약물을 주입한다면 인권침해 등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야한 옷차림을 원인으로 몰고 가면 피해자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는 엉뚱한 결론에 이르고 만다. 결국 사회 문화적 환경의 문제는 덮어지게 된다.


여성의 성을 사고파는 것, 성적 만족을 위한 수단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것, 성차별적 인식이 깊이 자리 잡은 것, 남성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성행동을 용인하는 것 등 우리사회를 감싸는 사회적 분위기를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렇게 되면 결론은? 성범죄는 ‘참을 수 없는 성충동’을 못 이긴 ‘소수의 비정상인’의 범죄가 된다.


그리고 재수 없이 그런 비 정상인을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물론 그런 비정상인을 만나더라도 그들이 ‘성충동’이 동하지 않도록 여자들 스스로 몸 매무시를 단정히 하는 것이 필수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결론인가. 성폭력범 중에는 일부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정신적으로는 정상이라고 한다. 애초부터 충동은 없다.


‘남자는 충동을 억제할 필요가 없다.’는 사회, 문화인식에서 발생한다. 남성의 성은 무조건 강하고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같은 인식에서 여성은 성적 도구로 바라보고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결국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중의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폭력이 성폭력 가해자에게서 발생한다면, 또 다른 폭력은 이 같은 사회적 편견에서 발생한다. 이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에서 보듯 피해자는 또 다른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항상 남녀평등을 외친다. 그래 놓고 용어 자체는 항상 남자가 우선이다. 우리말에 남녀(男女), 부모(父母), 자녀(子女), 부부(夫婦), 소년소녀, 신랑신부, 장인장모 등이 다 그렇다. 이 말들의 공통점은 남성이 여성보다 항상 앞에 놓인다는 점이다. 여남 평등, 여남 구분, 여남 공학 이란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남녀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전통과 역사가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성폭력, 성추행도 오랜 역사에서 기인되었고,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여자를 성노리개로 여겨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통해 무언가 제도적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몸을 빌려 태어났다. 그래놓고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노리개로 생각한다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모독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신문고. All rights reserved.